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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먼저 알아챕니다 [ 이코노믹리뷰 칼럼 : 김진오의 처방전 없는 이야기 1 ]
작성일
2025-09-02
조회수
13
회의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 보고도 못 본 척하며 넘겼지만, 마음속에서는 작게 경고음이 울립니다.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게 아닐까?’
모발은 의외로 솔직한 존재입니다. 스트레스와 생활 습관, 몸의 균형이 무너질 때 가장 먼저 반응합니다. 숫자로 기록되진 않지만, 당신 몸의 리듬을 은근히 고자질합니다.
첫째, 스트레스입니다.
한창 바쁜 일정에 치이다 보면 머릿속이 아닌 두피까지 과열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땐 30초만 심호흡을 해보세요. 가슴이 아니라 배가 부풀도록요.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어깨를 돌리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 짧은 움직임이 몸 전체에 신호를 보냅니다. ‘지금은 숨을 돌릴 시간이다.’
둘째, 잠입니다.
뜬눈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결국 새벽 두 시에 눈을 감고는, 아침 회의 때 ‘왜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나’ 싶었던 적 없으신가요? 수면 부족은 단순히 피곤함을 넘어서, 모낭 줄기세포의 회복 주기를 방해해 모발을 점점 가늘게 만듭니다. 깊이 자야 리더처럼 깨어날 수 있습니다. 밤 11시 이전에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익숙한 음악이나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의 전원을 천천히 끄는 루틴을 만들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셋째, 먹는 것.
사람마다 입맛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몸이 가벼워지는 식사’는 존재합니다. 채소, 생선, 통곡물 같은 재료 위주로 식탁을 구성해 보세요. 어느 날 거울 앞에서 “어, 얼굴도 좀 맑아졌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 있습니다. 단백질, 비오틴, 아연, 철분처럼 모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영양소는 챙기되, 무리한 식이 조절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배고프지 않게, 그러나 가볍게. 그게 포인트입니다.
넷째, 담배와 술.
회식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건네는 한 잔, 스트레스를 이유로 태우는 한 모금. 그 짧은 선택들이 두피에는 생각보다 길게 남습니다. 니코틴은 모세혈관을 수축시키고, 알코올은 수분을 빼앗아 두피를 메마르게 만듭니다. 두피는 아무 말 없이 버티지만, 속으로는 말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건 좀 심하잖아.”
다섯째, 두피도 피부입니다.
얼굴은 기초화장품부터 자외선 차단까지 챙기면서, 두피는 늘 뒷전이 되곤 합니다. 외근이 잦다면 아예 멋진 모자 하나를 장만하는 것도 좋습니다. 햇볕을 막아주는 동시에 스타일도 살릴 수 있죠. 샴푸할 때는 손톱 대신 손끝으로 조심스레 문질러주고, 물 온도는 미지근하게. 이 작은 배려들이 모낭을 웃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하루에 한두 번쯤은 자신을 위한 짧은 루틴을 가져보세요.
아침에는 창문을 열고 가볍게 숨 쉬는 것으로 시작하고, 점심엔 채소 위주로 먹고 잠깐 햇볕을 쬐는 산책을 해보는 겁니다. 퇴근길엔 이어폰을 잠시 빼고 조용한 길을 걸으며 오늘 하루를 정리해 보세요. 그 시간이 쌓이면, 거울 속 모습도 천천히 달라지기 시작할 겁니다.
모발은 결국 삶의 습관으로 자랍니다. 오늘 회의 전에 30초만 눈을 감고 천천히 숨 쉬어 보세요. 그 짧은 시간이 당신과 당신의 모낭에게 주는 가장 확실한 배려일 수 있습니다.
※ 김진오 원장은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는 성형외과 전문의다. 뉴헤어모발성형외과의원 진료실에서 환자를 매일 만나며, 국내외 학술지에 연구 논문을 꾸준히 발표한다. 진료실 밖에서는 35만 구독자의 유튜브 채널 ‘뉴헤어 프로젝트’, 블로그 ‘대머리블로그’, 저서 ‘참을 수 없는 모발의 가벼움’ · ‘모발학-Hairology’ 등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ER 이코노믹리뷰 연재 칼럼 ‘처방전 없는 이야기’에서는 진료실 안팎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의학·의료 정책·사람에 관한 생각을 담백하게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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