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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의 시대, 알고리즘을 의심하라 [ 이코노믹리뷰 칼럼 : 김진오의 처방전 없는 이야기 7 ]
작성일
2025-09-02
조회수
123
일을 마치고 유튜브를 켜면, 고양이 영상이 저를 맞이합니다. 처음엔 귀엽다고 한두 번 눌렀을 뿐인데, 알고리즘은 제가 고양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믿어버린 모양입니다. 그렇게 제 유튜브는 ‘고양이의 세계’로 탈바꿈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강아지를 더 좋아하지만, 유튜브 속 저는 고양이 광신도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이 허상이 취향의 왜곡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같은 주제의 영상, 비슷한 의견의 글만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제 생각이 맞다고 굳게 믿게 됩니다. 친구와 정치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전혀 다른 정보를 접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적도 있습니다.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우주에 살고 있었던 셈입니다.
확증편향은 그렇게 자랍니다. 나와 다른 견해를 틀렸다고 여기게 되고,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을 잃어버립니다. 과거에는 제한된 정보 덕분에 공통의 언어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과잉의 정보 속에서 각자 고립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골라 보여주며, 점점 더 시야를 좁혀갑니다.
더 무서운 것은 이 창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영국의 한 기업에서는 직원이 화상회의에 접속해 상사의 지시에 따라 무려 3천억 원을 송금했습니다. 알고 보니 회의 자체가 딥페이크였고, 영상 속 상사도, 회의 자료도 모두 조작된 가짜였습니다. 홍콩의 금융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교하게 합성된 임원의 얼굴과 음성에 속아 360억 원이 송금된 것입니다.
이것은 해프닝이 아닙니다. 사람의 신뢰와 판단을 정조준한 공격입니다. 정보는 점점 더 개인 맞춤형이 되어가고, 진실은 점점 더 흐려지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뿐입니다.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이야기만 믿지 말아야 합니다. 제 눈앞의 정보가 전부일 리 없습니다. 불편하고 낯설더라도,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확신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판단의 여지를 조금은 열어두어야 합니다. 알고리즘이 아닌 내가 세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화이부동(和而不同), 조화를 이루되 같지 않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입니다.
※ 김진오 원장은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는 성형외과 전문의다. 뉴헤어모발성형외과의원 진료실에서 환자를 매일 만나며, 국내외 학술지에 연구 논문을 꾸준히 발표한다. 진료실 밖에서는 35만 구독자의 유튜브 채널 ‘뉴헤어 프로젝트’, 블로그 ‘대머리블로그’, 저서 ‘참을 수 없는 모발의 가벼움’ · ‘모발학-Hairology’ 등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ER 이코노믹리뷰 연재 칼럼 ‘처방전 없는 이야기’에서는 진료실 안팎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의학·의료 정책·사람에 관한 생각을 담백하게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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