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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낭 속 ‘모발 각도’로 탈모의 미래를 미리 읽는 새로운 방법
작성일
2026-01-29
조회수
28
모낭 속 ‘모발 각도’로 탈모의 미래를 미리 읽는 새로운 방법
모발 방향을 보면 앞으로 탈모 여부를 알 수 있다
모발이식에서 공여부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굵은 털’이 아니라 ‘앞으로도 굵게 남을 털’을 고르는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를 판단할 만한 객관적 지표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겉보기에는 밀도가 충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세한 구조 변화가 진행 중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폴란드 연구팀은 탈모가 진행되기 전, 즉 모낭이 아직 굵고 건강해 보이는 시점에서도 입모근의 부착이 먼저 약해진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입모근은 우리가 소름이 돋을 때 털을 곤두세우는 바로 그 근육으로, 모낭과 피부를 단단히 연결해줍니다.
이 근육이 모낭을 제자리에서 지지해줘야 모발이 일정한 방향으로 나란히 자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입모근이 떨어져 나가면 모낭이 살짝 비틀리고, 그 안에서 자라는 모발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 상태가 ‘angular misalignment’, 즉 모낭 내 모발축의 어긋남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현상이 전체적인 모발 흐름(hair flow)이 아니라 ‘한 모낭 단위에서의 정렬 불일치’ 를 말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미용실에서 흔히 말하는 “머리 방향이 엇갈린다”는 것은 여러 모낭의 집합적인 흐름을 의미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것은 훨씬 미세한 수준—하나의 모낭 안에서 두세 가닥의 털이 약간씩 다른 각도로 자라는 현상입니다.
이건 육안으로는 거의 구분되지 않지만, 고배율 현미경에서는 분명히 관찰됩니다.
81명의 환자에게서 243개의 모낭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모낭 내 모발축 정렬이 흐트러진 부위일수록 입모근 부착이 손상되어 있거나 이미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현미경에서 각도 불일치가 심한 곳은 향후 탈모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부위였습니다.
아직 육안상 모발이 굵더라도, 내부적으로는 이미 퇴행이 시작된 셈입니다.¹
이 연구의 가장 큰 가치는 비침습적으로 공여부의 ‘질’을 평가할 수 있게 된 점입니다.
예전에는 밀도나 굵기, 색조 등 거시적인 기준만으로 안전 공여부를 판단했지만, 이제는 현미경를 통해 모낭 내부의 미세 구조까지 읽어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실제 모발이식에서의 응용
1. 공여부 스크리닝에 활용
수술 전 현미경으로 각 부위를 촬영해 모낭 내 모발축 정렬 상태를 확인합니다.
모발들이 같은 방향으로 가지런히 자라는 부위는 입모근이 온전한 ‘안전 공여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면, 모낭 내 모발축이 서로 엇갈리거나 비뚤어진다면 향후 탈모 위험이 높은 구역으로 간주하고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2. 공여부 확장의 판단 근거
공여부를 넓히고 싶을 때, 밀도만으로 판단하면 안 됩니다.
밀도는 충분하지만 각도 정렬이 흐트러진 부위는 미래에 약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미경으로 각도 평가를 병행하면 무리한 채취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3. 이식모 선택의 정밀화
같은 부위에서도 각도 정렬이 좋은 모낭을 우선적으로 이식하면, 장기적으로 이식모의 생존률과 굵기 유지율이 높아집니다.
이는 수술 결과의 ‘지속성’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4. 환자 상담과 교육에 활용
현미경 이미지를 기반으로 각도 정렬이 좋은 부위와 나쁜 부위를 색상 코드로 시각화하면, 환자에게 “이 부위는 앞으로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의료진의 판단 근거가 명확해지고, 환자 신뢰도도 높아집니다.
5. 장기 추적 관리 도구로 활용
같은 부위를 일정 간격으로 촬영해 모낭 내 각도 변화를 추적하면, 공여부의 안정성을 장기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는 향후 AI 기반 탈모 예측 모델 개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²
하나의 모낭 안에서 모발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기 시작했다면, 그건 이미 APM의 구조적 퇴화가 시작된, 탈모의 가장 초기 신호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 신호를 모발 현미경으로 포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공여부의 밀도나 굵기뿐 아니라, 모낭 내 모발의 정렬 상태까지 함께 보는 시대—이것이 앞으로의 정밀 모발이식이 나아갈 방향입니다.
이제는 헤어hair날 시간, 김진오였습니다.
필생신모(必生新毛).
글 작성자 : 뉴헤어모발성형외과 김진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 /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학술이사)
참고문헌
1. Pietuszko, S., Sinclair, R., Sicinska, J., Kasprzak, M., Borowik, G., & Bokhari, L. (2024). Angular alignment of hair shafts in trichoscopy correlates with APM-follicle attachment in biopsy – new method of evaluating donor limits for hair transplantation. Presented at the ISHRS World Congress. — “Angular misalignment of hair shafts correlates with degeneration of the arrector pili muscle attachment, which may serve as an early indicator of follicle miniaturization.”
2. Tosti, A. & Duque-Estrada, B. (2023). Dermoscopy in hair disorders: An update. International Journal of Trichology, 15(2), 47–58.
3. Sinclair, R. (2022). Male pattern androgenetic alopecia: Pathogenesis and progression. Clinical Dermatology Journal, 40(1), 3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