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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 뉴헤어 | 궁극의 모발이식 [GQ Medical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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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14-03-27 10:32 조회4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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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식모술 [GQ Medical Report] _ 모발이식 관련 기사

이미 모발이식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남자가 재수술을 받았다. 수술실패라는 트라우마를 딛고 그가 찾은 곳은 현재 가장 진화한 모발 이식술로 알려진 NHI뉴헤어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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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몇 년 전에 모발 이식술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 받았던 모발 이식술은 귀 바로 옆부터 뒤통수 가운데까지 절개법으로 이어진 아주 긴 흉터를 남겼다. 숱이 앙상했던 내 머리가 수술을 받았던 이유만큼 ‘수북’ 해지지도 않았다. 결국 머리카락을 채우려고 했던 그 일은 내 마음에 오랫동안 실수이자 상처로 남아 있었다.

서른여섯 살이던 그때의 나의 탈모 초기에서 중기로 진행 중인 상태였다. 앞 이마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커다란 M자를 그리기 시작했고, 정수리 부위는 갈대처럼 속을 내보일 듯 아슬아슬하기만 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고 했다. 남자는 그 나이쯤 되면 누구나 그 정도는 숱이 줄어든다고 다들 대범한 척 말했다. 그렇지만 나는 달랐다. 모델이나 연예인이 아닌데도....(그렇다고 턱수염을 이식해 보다 남성스러워 보이고 싶은 것도, 요즘 이슈처럼 작은 얼굴이 갖고 싶어서 헤어라인을 내리고 구레나룻을 만드는 식의 알량한 마음도 아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삼십대 중반까지 결혼은커녕 남들처럼 변변한 연애 한번 못해본 것도, 공연히 탈모 탓으로 돌리고 싶은 치사하고 유치한 마음도 있었다. 결국, 나는 내 마음의 예민한 요구를 이기지 못하고 강남의 한 모발 이식 센터를 찾아가 기어코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당시, 담당 의사와 내가 생각하는 자연스러움은 서로 달랐다.

깊은 M자를 그리는 이마의 헤어라인에도 그렇고 정수리에도 그렇고, 그는 모든 모발은 듬성듬성 심었다. 그 의사는 듬성듬성한 게 자연스럽고, 거기에 더 많이 이식하게 되면 너무 티나고 부자연스러워진다고 화가 난 듯이 우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환자는 나고, 내가 아니라면 아닌 건데, 의사를 믿지 않으면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결국, 뒷머리에는 15센티미터의 긴 흉터가 생겼고, 앞 이마엔 좁아진 흔적도 남지 않았으며, 정수리에는 차라리 심지 않은 것만도 못한 숫자의 머리카락만 삐죽 남아버렸다... 게다가 머리를 자를 때마다 “이게 무슨 흉터예요? 솔직히 말해봐요, 머리 심으셨죠? 하는 헤어 디자이너의 눈치 빠르지만 눈치 없는 소리를 듣는 것도 너무나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었다.

NHI(New Hair Institute)뉴헤어 모발이식센터라는 곳이 모발 이식 분야에서 어떤 지점을 차지하고 있는지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재작년 말, 작은 아버지가 와인 수입 관련 일로 캘리포니아 와이너리에 들른 김에 로스엔젤레스 NHI에서 모발이식을 받았다는 얘길 들었었다.

그러나 얼마 전에 부산에 갔다가 오랜만에 그를 보곤 기절할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뒷머리밖에 없었던 작은 아버지의 머리가 가발을 쓴 듯 그렇게 앞머리까지 풍성해질 수 있는지, 그게 과학인지 단지 작은아버지의 운인지, 경이롭다 못해 괜한 질투까지 났다.

이혼한 여자가 재혼하기까지 갈등이 많은 것처럼, 어떤 트라우마 때문에 그냥 생긴 대로 살지 싶었던 나는, 서울에 올라오자 마자 그 길로 역삼동에 있는 NHI모발센터를 찾았다.

김진오 원장은, 환자에게 배타적인 그 흔한 의사 얼굴이 아닌, 선하고도 재기발랄한 인상이라 덮어놓고 마음이 놓였다. 상담을 하다 보니 마치 쓰라린 옛날을 다 이해하고 들어주는 복학생 선배 같기도 했고, 이 꼴 저 꼴 다 보였는데도 늘 웃어주는 속 깊은 친구 같기도 했다. 두피 상태와 병력, 지금의 마음가짐을 두루 살피고 나자 나 스스로도 지금 재수술 받을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절개법은 싫었다. 기존에도 두피를 절개하지 않고 뒷머리에서 모낭을 일일이 채취해 이식하는 비절개 모발 이식술 FUE가 있긴 했다. 흉터가 안 남고, 일상에 바로 적응하는 데 휴유증이 적으며, 여러번 시술할 수 있어 피부 밑에 묻혀 이물 반응을 일으키거나,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 모낭 손상률이 높다는 단점도 간혹 지적되던 터였다. 김진오 원장은 FUE의 단점을 보완한 NHI만의 고유한 FOX™ 방식을 권했다. 모든 수술 과정에 고배율 확대경과 현미경을 써서, 아주 미세한 핀으로 후두부의 모낭을 채취 분리하게 되면, 모낭 손상 없이 분리 이식할 수 있게 되어 모발 수에 관계없이 각 모낭 단위의 해부학적 구조를 보존할 수 있고, 모발이 많은 모낭을 선택적으로 골라서 이식해 더 풍성해 보인다고 했다. 채취와 이식을 동시에 진행할 경우, 모낭 손상률을 현격하게 줄이는 동시에, 채취 모낭의 외부 노출 시간을 최소화해 90페센트가 넘는 높은 생착율을 보인다는 말은 거의 성경 말씀처럼 들렸다.

“모낭 손실률을 낮추기 위해 자동화 기기의 경우 무딘 날을 사용해요. 피부 표면에선 빠르게 회전하지만 모낭이 묻힌 피하층에선 속도가 줄어 모낭 손상을 최대한 막거든요. 수작업 FOX™ 로 할땐 속도는 자동 기기보다 떨어지지만, 곱슬머리거나 쉽게 손상되는 모낭을 가진분들, 탈모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거나, 전에 수술을 받아 절개할 두피 여유가 없거나, 두피가 유연하지 못한 경우, 또 절개법에 공포가 있는 경우에 주로 사용하죠.”

그는 FOX™ 의 경우 최대 2천에서 3천 모 정도 이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내 경우는 모발이 가늘고 모근이 아주 깊숙이 박혀 있는 데다, 전에 수술도 받았고, 그 이상 엄청난 양을 이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FOX™ 방식으로 정했다.

“저는 식모기 대신 슬릿이라는 이식 방법을 써요. 모발을 이식할 자리에 미리 구멍을 내는 방식이죠.”

담한 날, 두피 스케일링과 탈모 케어를 동시에 받았다. 두피 각질 제거 혹은 모발을 보존하는 방법들에 대한 상냥한 조언이 곁들여졌다. 어딘지 인생의 새 출발을 향해 가는 산뜻한 기분이 들었다. 김 원장은 프로페시아도 처방해주었다. 예전에 딱 2개월 먹고는 일일이 챙기는 게 귀찮아서 잊고 있었던 약을 김원장의 유연한 ‘충고’와 함께 처방 받고나자, 어쩐지 비장한 기분이 되었다. 왜 나는 프로페시아, 미녹시딜 같은 약물로 탈모 속도를 늦추려고 애쓰지 않았을까.

상담 일주일 후, 수술을 받게 되었다. 전날 밤엔 긴장 때문에 자주 깼다. 역시 머리카락 숫자를 늘린다는 건 외과적으로 심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수술로 느껴졌다. 간호사가 먼저 혈압을 쟀다. 140이 좀 넘게 나왔다. “ 긴장하셨나 봐요?” 좀... 긴장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어서 말을 더듬었다. 한편, 채취한 혈액을 원심 분리한 후 혈소판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장인자를 분비해 상처 치유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식부위에 주입해 모발의 생착을 돕고, 일부는 이식모를 담가놓는 저장액으로 사용함으로써 분리한 모발 상태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다. 몸에 이런저런 장치들이 달리자 비로소 그렇게 오래 기다렸던 수술을 받는다는 실감이 밀려왔다.

김 원장은 이식할 이마 부위를 속도감 있게 마취한 뒤 슬릿을 넣기 시작했다. 그는, 슬릿은 밀도를 높이는 장점은 있지만 시간이 좀 더 걸리고, 이식과 동시에 머리카락 사이사이 모근을 잘라야 하는 단점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게 단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모발 이식의 핵심은 생착률인데, 모낭 손상률이 낮다면 결국 이식한 모발이 빠지지 않는다는 고마운 얘기일 테니까.

나는 안락의자에서 처럼 길게 앉았다. 눈앞에 TV모니터가 있었다. 이리저리 리모컨을 돌리며 러셀 크로가 나오는, 이름도 잊어버린 영화, (타짜)와, 각종 다큐멘터리를 보았지만, 어쩐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김 원장은 모근을 채취할 뒷머리에 마취 주사를 놓기 시작했다. 윙 하는 기계음이 들려 오는데도 별 느낌은 없었다. 김 원장 옆에선 세 명의 보조원이 각각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 간호사는 김 원장이 건넨 모낭을 받아 스크린 화면으로 보이는 현미경을 통해 정밀하게 모낭을 분리하고 있었다.

국내에 두 대밖에 없는 1백 배율 현미경이라고 했다 “모니터로 보면 목을 숙이고 보는 기존 현미경보다 편하잖아요. 모낭분리사들이 피곤하면 아무래도 모발 생착률이 떨어질 테니까요. 사실, 현미경을 사용한 모낭 분리는 외국에서는 대중적인 방법이지만, 한국에서는 실제로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그런데, 기존 방법대로 육안으로만 분리하는 경우 부위가 정확히 보이지 않아 분리 과정에서 모낭 손실률이 20~30 퍼센트 가량이나 돼요. 1.5배 확대경을 사용한다고 해도 분리 과정에서 모낭에 손상을 줄 가능성이 많아 수술 후에 생존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런데, 현미경을 이용하면 10배 확대된 상태에서 분리하니까 모낭이 잘리는 경우는 거의 없고, 20% 정도 많은 모낭을 얻을 수 있거든요. 사람 눈이 현미경처럼 고배율이 아니니까 공여부를 나누거나 이식편을 나눌 때 현미경을 사용하는 건 그래서 중요하죠.”

한편, 내 양쪽 옆에 선 간호사들은 분리된 모낭을 받아, 슬릿으로 미리 낸 자리를 낸 부위에 이식하고 있었다. 모발 이식을 통해서는 타고난 밀도의 35퍼센트 정도를 더 얻을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런 밀도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발 굵기, 피부상태, 이식 부위를 만드는 수술기계의 성능, 모발이식팀의 기술, 효율적인 수술 과정 같은 요소들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문득, 아무리 휼륭한 수술 팀이라도 모낭을 쪼개 이식 슬릿에 이식하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이 팀은 달랐다. 예전에 수술 받았던 그 팀과는 분명히 대비되었다. 너무나 일사불란하게 이식이 진행되어, 꼭 4인 합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상담 중, 간명하면서 고전적이고도 순진한 덕목으로 김 원장이 들려준 모발 이식의 철학은 세 가지였다. 협동과, 인내와, 생착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

“자기 혼자 잘나서 되는 것이 아닌 팀 수술이란 점을 잊지 않아야 해요. 생착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늘 생각하고 연구해야 하구요.”

모발이식은 정말 ‘끈기’ 를 요구하는 수술이거든요.

생각보다 내 뒷머리에서 모낭을 채취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식 중간에 낮 12시가 되어 간호사들이 점심을 권했다. 그러나 배가 하나도 고프지 않았다. 김 원장도 내가 힘들어 보였는지, 음료를 권하고 리모콘도 자주 건네주고, 식사도 재차 권했다. 그렇지만 이온 음료 말고도 더 생각이 없어서 이 편이 오히려 미안해졌다. 그 순간에도 시간은 치밀하게 흘러갔다.

“사람의 두피 상태에 따른 머리카락 채취 개수와 속도는 달라요. 모발은 한정된 자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채취 부위의 모발이 밀도가 좋고 넓다면 이식 양이 많아져요. 그렇지만 전에 수술을 받았다던가, 피부 질환이 있었다던가, 흉터가 있다던가, 두피가 유연하지 않고 딱딱하다던가 심한 곱슬머리라면 채취 시간이 늘어나게 되는 거죠.”

김 원장은, 내 경우는 모낭 뿌리가 깊숙이 있고, 전에 받은 수술 부위의 모발이 딱딱하게 안에 굳어 있어 수월한 수술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다시 한 번,2년 전 받았던 모발 이식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러나 오늘이야말로 그 모든 악몽을 딛고 일어나는 날이라 생각했다. 오후에, 모든 수술이 끝났다. 아픔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분명한 안도감이 주는 몽롱함이 남아 있었다. “ 일단 2주에서 2개월 정도에 걸쳐 이식한 머리카락이 전부 빠질거예요. 그러다가 6개월 정도 되면 조금씩 자라나서 8개월부터 12개월 정도가 되면 모발이 다 자라게 되죠.”

김진오 원장의 목소리는 둔중한 느낌이 가득 몰려오고 있는 내머리 전체를 위로하듯 감쌌다. 사실, 오랫동안의 자괴감을 이겨내기 위해 내가 선택한 모발 이식 재수술은 믿음으로부터 출발했다. 그리고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노래지만 앞으론 ‘아아, 언제나 이 가슴에 밝은 해가 떠오르나’ 라며 탄식하던 김현식의 ‘이별의 종착역’은 부르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빽빽해진 머리카락은 남자에겐 햇빛이면서 존재 자체라는 걸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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