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기 탈모(Telogen Effluvium)는 많은 모낭세포가 모발을 만들어내지 않는 휴지기에 들어가서 생기는 탈모입니다. 진단되는 탈모 중 두번째로 흔한 탈모증입니다(첫째는 유전성 탈모). 자라나는 모발의 숫자가 적어지면 발생합니다. 줄기는 만들어내지 않고 뿌리만 살아있는 식물과 같습니다. 휴지기 탈모는 일반적으로 영구적인 탈모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휴지기 탈모는 뿌리만 살아있는 식물과 같습니다머리카락이 얇아지고 급격히 빠집니다. 한 부분에서만 생기기도 하고 두피 전체에서 생기기도 합니다. 정수리 부분이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곳이고, 헤어라인 쪽에서는 드물게 일어납니다. 눈썹이나 음모 등에서 일어나기도 합니다.
원인으로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1. 환경: 교통사고, 수술 등의 외상이 휴지기 탈모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중금속 같은 독소 물질에 노출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낭이 자라는 환경에 충격이 가해지는 것이 모발을 '동면'에 빠지게 하는 것이고, 이런 종류의 휴지기 탈모는 일시적이며 보통 1~2개월 정도 이상 지속되지 않고 6개월 정도 지나면 회복됩니다. 2. 호르몬: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도 환경적인 원인과 마찬가지로 휴지기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임신, 갑상선 질환 등이 있습니다. 3. 약물: 드물지만 항우울제, 고혈압약, 피임약 등이 휴지기 탈모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약을 복용하신 후 탈모 증상이 생겼다면 의사에게 꼭 말해서 상태를 확인하고, 약 교체가 필요한지 체크해봐야겠습니다. 4. 다이어트(영양결핍): 비타민 결핍, 영양 결핍으로 휴지기 탈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철분, 아연, 비타민B6, 비타민B12 등이 모발 성장에 중요한 성분들입니다. 극단적으로 굶는 방식이나, 단기간에 체중을 많이 감량하는 다이어트는 휴지기 탈모의 원인이 됩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릅니다.
혈액검사 등으로 부족한 영양소나 호르몬을 확인하여 만약 균형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교정합니다. 미녹시딜과 같은 바르는 탈모약, 맥주효모 등의 모발 영양제를 쓰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도 중요한 탈모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휴식도 필요합니다. 일이나 주위 환경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없애고, 삶을 릴랙스 해줄 수 있는 취미생활 등을 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성장기 탈모(AE; anagen effluvium)는 좀더 빠르고 급격하게 진행하며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빠집니다. 항암제나 화학치료 같은 약을 쓸 때 보통 잘 생깁니다. 휴지기 탈모와 마찬가지로 원인이 없어지면 6개월 내 빠르게 회복합니다.
최근 휴지기 탈모와 유전성 탈모의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흔한 증상이지만 유전성 탈모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휴지기 탈모에 대해 꼼꼼히 설명한 리뷰 논문을 하나 소개해드릴게요.
휴지기 탈모는 특정 사건(스트레스, 영양 부족, 약물 복용 등)이 있은 뒤 3~4개월 후 휴지기 모발이 급격하게 탈락하는 현상입니다. 흔한 증상이지만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각각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머리카락이 얼마나 빠져야 휴지기 탈모라고 할 것인지 불분명하고 2) 증상이 일관적이지 않아서 세부적인 분류가 필요하며 3) 유전성 탈모의 증상과는 어떻게 구별할지 4) 흔히 동반되는 모발통(trichodynia)이 임상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지 5) 왜 병리학적으로는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을까 1. 이 연구의 저자는 제가 이 글에서 설명드린 방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5일간 샴푸를 미루고 샴푸를 했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의 개수와 휴지기 모발의 비율을 보는 방법입니다. 아마 탈모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도 하루에 모발이 100개 정도 빠질 수 있다는 말씀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연구에 따르면 2차 성징 전의 아동이 이 검사를 하면 평균 10.68개의 모발만이 빠진다고 합니다. 저자는 머리카락이 100개 이상 빠진다면 휴지기 탈모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평균적으로는 300개, 심하게는 1000개 가까이 빠질 정도로 개인마다 편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연모의 비중이 10%를 넘어가는 경우 유전성 탈모의 영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2. 휴지기 탈모를 세 가지 기전으로 분류합니다. A. 첫번째는 조기 휴지기 탈락(Premature teloptosis)입니다. 미녹시딜이나 특정 약을 도포했을 때 발생하는 유형입니다. 약의 성분이 탈락한 모발을 모낭 세포에 붙들어놓는 카드헤린을 손상시켜 보통 3개월 정도 필요한 탈락 과정을 가속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녹시딜을 처음 도포하면 약 1주일 후 머리카락이 급격히 빠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B. 다음은 집단 휴지기 탈락(Collective teloptosis)입니다. 어떤 원인으로 인해 원래 중구난방인 모 주기가 다른 모발과 동기화되어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신생아 탈모입니다. 신생아는 출산 시점에 후두부의 모발이 전체적으로 휴지기에 들어가는데 이 때문에 2~3달 정도 지난 후 일시적으로 탈모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산후 탈모 역시 비슷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 마지막으로 조기 휴지기 진입(Premature entry into the telogen phase)입니다. 어떤 약물이나 스트레스가 모낭에 충격을 주며 성장기 모발을 휴지기로 진입시키는 경우입니다. 각질세포의 유사분열이 차단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충격의 강도, 기간, 당시 모발의 주기, 유전성 탈모의 복합 여부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영양 결핍이 이 유형의 휴지기 탈모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식단에 비타민C와 D를 보충해주면 휴지기 탈모 증상이 개선된다고 합니다. 휴지기 탈모 환자 가운데 철분, 비타민D, 아연이 결핍된 경우가 많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자가면역 이상도 흔한 원인입니다. 휴지기 탈모의 많은 특징이 미만성 원형탈모와 유사한데, 이를 보면 휴지기 탈모에도 비정상적인 자가면역이 관여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염증 사이토카인의 수치가 크게 변화하고 모발의 굵기 등 지표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모발통도 이런 스트레스와 관련된 증상으로 의심됩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휴지기 탈모는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증상을 일으킨 사건과 머리가 빠지는 시점 사이에 2~3개월 정도의 텀이 있다보니 치료 시점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고, 탈모 증상 자체가 새로운 스트레스원이 되어 증상을 반복적으로 발생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산후 탈모도 이 기전이 관련되어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산모 중 20%만이 이런 증상을 겪고, 첫 출산 때 산후 탈모를 겪었던 산모가 다음 출산 때는 대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산후탈모는 예후가 좋은 편입니다.
3. 유전성 탈모와의 구별은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샴푸 테스트 상 연모가 10% 이상 증가하거나 모발확대경검사로 특정 부위에 집중된 연모화가 관찰될 경우 복합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4. 모발통을 겪는 환자의 비율은 약 20%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심인성 요인이 섞여있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 머리가 빠지는 위치에서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탈모 증상과 실제로 연관되어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5. 병리학적으로 자가면역에 의한 염증반응이 관찰되지 않는 것은 스트레스가 발생한 후 머리가 실제로 빠지는데 2~3개월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이미 신체적인 반응은 종료된 이후에 내원하기 때문에 증상을 실시간으로 잡아내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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