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이식은 탈모가 많이 진행된 부위의 머리숱을 회복시키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모낭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뒷머리의 건강한 모낭을 채취해서 자리를 옮기는 수술이기 때문에 채취할 수 있는 모낭의 개수가 한정된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낭세포를 복제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상용화된 것은 없습니다. 최근 모유두세포 복제 및 냉동보관에 관한 뉴스를 접하고 이 기술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얼마 전 웹으로 진행된 세계모발이식학회에서 발표된 최신 지견을 간단히 정리해드리려고 합니다. 올해 발표하신 분은 미국 컬럼비아대의 안젤라 크리스티아노 교수입니다. 우리나라 뉴스에도 종종 인용될 정도로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받습니다.
태아 때 모낭세포가 발생하는 과정에 대해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표피의 기저각질세포가 진피 쪽으로 파고들며 그 뿌리 부분에 모여든 섬유모세포가 함입됩니다. 이후 섬유모세포는 모유두세포(dermal papilla cell)로 분화하며 표피세포는 모근초 등의 여타 구조를 형성합니다. 뉴스를 통해 '모낭세포를 복제했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다면 그것은 모유두세포를 말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모유두세포를 복제해서 적절한 위치에 주사하면 모낭이 생겨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유두세포를 복제하는 기술은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만, 그것을 다른 처리 없이 피부에 주사하면 모낭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섬유모세포로 분화하고 맙니다. 즉, 모유두세포를 복제하는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복제한 세포가 모낭으로 분화하도록 유도하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www.nature.com/articles/s41467-018-07579-y
여기서 연구자들이 선택한 방식이 갈라집니다. 어떤 연구진은 모유두세포를 물리적으로 조작하기보다는 전사인자 등을 잘 이용해서 세포가 스스로 모낭으로 분화하는 방식을 선택한 한편, 크리스티아노 교수의 연구팀은 모유두세포를 초기 발생 과정과 유사하게 배열시켜 모낭으로의 분화를 유도했습니다. 전사인자를 쓰는 방식은 세포의 대사과정에 개입하기 때문에 FDA 등의 규제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티아노 교수의 연구팀은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제작한 길쭉한 틀에 모유두세포, 각질세포를 순서대로 배열시킨 후 분화시킵니다. 태아의 초기 발생 과정을 모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모유두세포와 각질세포가 모낭의 형태로 분화하는 것이 관찰됩니다. 아직까지는 완벽한 모낭으로 분화하지는 못하는 수준이지만 이런 기술이 더 고도화되면 '모낭 농장'에서 모낭을 무한히 생산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다만 앞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크리스티아노 교수도 아직 basic science 수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논문이 나올 때마다 조금씩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연구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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