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면 탈모가 심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실인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질문입니다.
"안녕하세요. 고강도의 웨이트 트레이닝이 탈모에 악영향을 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얘기하는 건가요? 인터넷 검색을 아무래 해봐도 정확한 말이 없어서 궁금합니다. 보디빌더나 전문 운동인 수준의 운동을 얘기하는 건가요? 웨이트 수준보다는 가벼운 정도로 운동을 하는 상태에서 기초대사량에 못 미치는 양의 식사를 1달간 지속하면 탈모가 가속화될까요? 이를테면 기초대사량이 1700인 사람이 하루 섭취량을 1400~1600 정도로 하고 일주일에 5일 정도를 웨이트를 한다면요? 답변에 미리 감사드립니다."
결론부터 미리 말씀드리면, 유전성 탈모(남성형 탈모)의 소인이 없는 사람에게는 운동과 탈모는 관계가 없습니다. 유전성 탈모가 있는 사람에서는 일반적인 수준의 운동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한 시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이 탈모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러나 근육량을 크게 키우거나 과도하게 신체를 혹사하는 수준의 운동량은 탈모를 가속화시킬 수 있습니다. 유전성 탈모가 있는데 근육량을 늘리거나 혹독한 트레이닝을 하셔야 하는 분은 탈모약을 드시면서 운동을 하시면 탈모 악화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즉, "운동이 탈모를 일으킨다"는 것은, 유전성 탈모 증상이 있는데 탈모약을 드시지 않으면서 근육량과 운동량이 선수 수준으로 높은 분들에서 의미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유산소 운동이 탈모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최근에 발표되었습니다. 592명의 유전성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운동을 한 전후 탈모 상태를 비교하였는데, 운동 스타일, 운동 빈도, 운동 지속시간과 관계가 있었고, 성별, 가족력 등과는 관계가 없었습니다. 유산소 운동을 한 사람은 생활 운동(life style exercise) 정도를 한 사람의 5.4배 정도 개선이 되었고, 운동 시간이 60분 이상인 사람이 30분 미만인 사람에 비해 3.2배 정도 개선이 되었습니다. 즉 6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이 탈모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입니다.
논문: Relationship between the exercise and severity of androgenic alopecia
운동으로 인해 탈모가 생기는 원인은 아래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DHT의 증가
2. 스트레스의 증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DHT의 증가로 인한 탈모
근육량의 증가로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의 분비가 늘어나고, 그 대사물인 DHT(dihydrotestosterone; 디하이드로 테스 테론)도 늘어날 수 있는데, 이 DHT가 유전성 탈모의 원인이 되는 성분입니다.
2008년에 Hawkins 등이 발표한 논문에서 장기간의 운동이 중년과 노인에서 성호르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몸을 잘 움직이지 않는 40-75세 사이 남자 102명을 대상으로 1년간 운동을 한 그룹과 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 여러 성호르몬 변화를 분석하였는데, 결과적으로 운동을 한 그룹에서 DHT가 증가하였습니다. (참고자료: : Effect of Exercise on Serum Sex Hormones in Men: A 12-Month Randomized Clinical Trial) "남성들이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할 때 남성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탈모가 될 수 있고, 단백질 보충제 섭취 역시 모근을 약화시키는 탈모유발원인"이라고 영국 의사인 토미 쿠르마다-지오가 박사가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밝힌 적도 있습니다.
2. 스트레스 증가
운동으로 인해 몸이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생길 수 있는데, 스트레스는 유전성 탈모를 가속화시키는 요소입니다. 스트레스가 탈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사람마다 스트레스에 대한 탈모 반응이 다릅니다. 매우 약한 스트레스에도 심한 탈모가 생기는 사람이 있고, 심한 스트레스에도 탈모가 생기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운동을 많이 하면 탈모가 생긴다는건데 그럼 어느 정도를 해야 탈모가 안 생길까요?"
이 질문도 많이 하세요.
운동을 했을 때 생기는 근육의 정도도 다르고, 근육량이 같아도 근육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의 양이 다르고, 테스토스테론의 양이 같아도 전환되는 DHT의 양이 다르고, DHT의 양이 같아도 모낭에서 받아들이는 DHT 감수성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운동량이라고 수치화해서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운동과 탈모의 연관성에 대해 남성 600명, 여성 58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살펴봐도 운동량과 탈모의 인과 관계가 없습니다.
이 연구를 간단히 요약해드리면
1. 탈모 환자가 일반인에 비해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경향 2. 중등도 및 고강도 운동을 하는 그룹은 탈모 환자의 비율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음 3. 저강도 운동을 하는 그룹은 탈모 환자의 비율이 높음 4. 탈모 가족력이 없는 집단 내에서는 운동 빈도와 탈모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음 5. 탈모 가족력이 있는 집단은 저강도 운동을 할 경우 탈모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음.
운동을 하시고 싶은 분들은 운동 열심히 하시면서 병원에서 주기적인 검사를 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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