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까 카페인 성분이 탈모를 멈추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남성형 탈모 환자에 있어서 모발이 새롭게 자라는데 도움을 준다는데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커피의 카페인이 체내에서 코티졸을 증가시키고 이 것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탈모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것이니 결국은 커피를 마시면 탈모가 가속화되고 증가된다는 이론이구요.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답변 기다릴게요.
커피도 탈모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나요?
커피와 탈모
커피가 탈모를 악화시키는지 그리고 녹차가 탈모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가끔씩 질문을 받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용량의 카페인은 탈모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고, 고용량의 카페인은 탈모를 가속화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커피나 녹차에 들어있는 카페인(caffeine) 성분이 모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카페인과 테스토스테론이 모낭세포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한 자료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은 모낭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는데 이론적으로 이미 예상되었던 결과입니다. 그런데 카페인은 반대로 모낭세포의 활동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보였습니다.
모낭세포를 각각 0.001%, 0.005% 농도의 카페인에 노출시켰더니 모발 성장 속도가 30%가량 증가했습니다. 이 연구는 체외 실험(in vitro; 실험실에서 세포를 가지고 하는 실험)이고 실제 사람의 몸에서의 반응을 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카페인이 모낭세포의 활동을 직접 억제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하는 연구입니다.
참고자료: Effect of caffeine and testosterone on the proliferation of human hair follicles in vitro
카페인은 용량에 따라서 머리카락이 자라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탈모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카페인은 머리카락을 길게 만들고, 성장기를 연장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성의 머리카락에서 남성보다 카페인에 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에너지 음료와 탈모
보통 150g 정도의 한 잔의 커피에는 약 75-100 mg 의 카페인이 들어있습니다. 잠을 쫓는 에너지 음료에는 90-700 mg의 카페인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에너지 음료에는 카페인 외에도 카페인을 함유한 다른 성분들이 들어있습니다. 구아라나(guarana; 브라질산 덩굴 식물의 일종), 콜라 넛(kola nut), 예르바 마테(yerba mate), 코코아 등에 카페인이 추가로 함유되어 있습니다. 구아라나 1g은 40-80 mg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으며, 다른 부가 물질들과 상호작용하여 작용 시간이 깁니다. 그래서 에너지 음료에 들어있는 카페인의 양은 실제 표시된 것보다 많습니다.
참고자료: Health Effects of Energy Drinks on Children, Adolescents, and Young Adults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하루 1-2잔의 커피 정도는 건강과 머리카락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400-800mg 이상의 카페인은 건강도 해치며, 머리카락에도 좋지 않습니다.
에너지 드링크제는 800mg 이상의 고농도 카페인이기 때문에 탈모가 있는 사람은 마시는 것을 삼가해야 합니다. 탈모가 가속화됩니다. 그러나 한 스푼 정도의 인스턴트커피에는 80-100mg 정도 카페인이 들어있는데 이 정도량은 오히려 모발 성장을 돕습니다.
저희 병원으로도 최근 에너지 음료를 마신 후 탈모가 생겼다며 오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가끔씩 드시는 것 정도는 모르겠지만 습관적으로 많이 드시는 것은 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같은 성분인데 농도에 따라 탈모치료에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P.S. 녹차는 카페인 외에 여러 항산화(antioxidant) 성분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EGCG(epigallocatechin-3-gallate)라는 성분이 모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논문이 있습니다. EGCG가 유전 탈모의 주원인인 DHT 생성하는데 필요한 5알파 환원효소(5 alpha-reductase) 활성을 떨어뜨린다는 내용입니다. EGCG가 모낭의 모발 성장을 증진시키고, 모낭유두세포(dermal papilla cell; DPC)를 증식시키고 세포소멸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역시 체외 연구이므로 녹차를 마신다고 탈모를 방지하거나, 머리카락이 엄청 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들어있다는 것은 사실이므로 이왕 카페인을 섭취하려 하신다면 커피보다는 녹차를 드셔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차료: Human hair growth enhancement in vitro by green tea epigallocatechin-3-gallate (EGCG)
P.S.2. 카페인 성분이 들어있는 샴푸는 크게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저용량에서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연구들을 설명드렸지만, 이는 세포에 흡수되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세정제로 두피에 잠깐 있다가 씻겨가는 성분이 피부 장벽을 통과해서 효과를 나타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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