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는 미용적인 문제일 뿐 전반적인 건강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신체는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요소가 끝없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탈모를 일으킨 원인이 다른 질병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또 다른 질병이 머리카락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탈모 증상이 있는 사람이 조심해야 할 질환들이 있습니다.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고혈압
2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고혈압과 탈모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었습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고혈압이 있는 사람이 탈모 증상을 보일 위험성이 2.195배 높았습니다. 탈모가 있는 분들은 혈압을 한 번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혈압이 높으면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지면서 망가지는데, 말초로 뻗는 미세 혈관들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머리카락을 생산하는 모낭은 미세혈관으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으므로 혈관질환에 영향을 가장 빨리 받는 기관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10.87배의 위험도를 보인 탈모 가족력에 비하면 그 영향이 적은 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탈모의 가장 큰 원인은 유전적 소인임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참고자료: Association of androgenetic alopecia and hypertension
2. 비만(대사증후군, 당뇨)
비만과 탈모는 과학적으로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통계나 연구 결과들을 보면 관련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비만 자체가 탈모에 영향을 미친 다기보다는 비만을 만드는 요인이 탈모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비만과 탈모에 대해서 직접 연구한 것보다는 대사증후군*과 탈모에 대한 연구들이 많았습니다. 대사증후군의 가장 흔한 위험요소가 과체중, 비만이므로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 대사증후군: 대사증후군은 건강에 위협을 주는 5가지 위험요소(고혈압, 고혈당(당뇨), 높은 중성지방, 낮은 HDL 콜레스테롤혈증 , 복부비만) 중 3가지 이상 가지고 있는 경우
비만과 탈모와의 관계를 연구한 여러 연구들을 살펴보면,
- 189명의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통계를 낸 유전성 탈모가 많이 진행된 사람이 덜 진행된 사람보다 비만한 경우가 많았다는 연구입니다.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가 높은 사람, 즉 비만인 사람에서 탈모 시작 시기도 빨랐고, 고등도의 탈모로 진행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 74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유전성 탈모와 대사증후군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연관관계를 보였습니다. 특히 HDL 수치가 두드러진 연관성을 가졌습니다.
- 탈모가 없는 군에서 대사증후군의 비율이 9.4%였던 반면, 유전성 탈모가 있는 군에서 22.4%의 대사증후군이 발견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탈모가 생긴 사람은 대사증후군 여부를 좀 더 이른 시기부터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탈모가 없는 군에서 남성 12.5%, 여성 8.1%가 대사증후군이 발견된 반면, 유전성 탈모가 있는 남성 60%, 여성 48.6%가 대사증후군이 관찰되었습니다. 유전성 탈모가 있는 군의 대사증후군 동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 여성 탈모에서도 대사증후군과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들이 있습니다. 특히 대사증후군 위험요소 중 복부비만, 고혈압이 더 탈모와 연관성이 있게 관찰되었고, 탈모가 심할수록 대사증후군이 동반된 비율이 높았습니다.
3. 지방간
최근 한 연구에서 유전성 탈모가 있는 사람이 지방간 질환이 생길 확률이 높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140명(70명의 유전성 남성형 탈모인, 70명의 비탈모인)을 대상으로 하였는데, 탈모인 77.1%(54명)가 지방간 질환이 있었던데 반해 비탈모인에서는 58.6%(41명)이 지방간이 있었습니다. 지방간 질환의 정도와 탈모의 정도는 비례하지는 않았고, 반면 비만도와 탈모와는 연관관계가 있었습니다. 지질 관련 대사성 질환이 있는 사람이 지방간이 생길 가능성도 높으니 어떻게 보면 기존 연구 결과에서 유추할 수 있었던 실험 결과입니다.
4. 심장질환
탈모는 심장 질환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탈모가 있는 사람은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상대 위험비는 2.28배에 달합니다.(당뇨와 관련된 합병증으로 사망할 상대 위험비가 비탈모인의 2.97배).
탈모가 심한 사람의 심장혈관이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다른 연구도 있습니다. 탈모가 심할수록, 혈관조영술 및 초음파로 관상동맥(심장을 둘러싼 동맥)을 관찰했을 때 막혀있는 정도가 심했습니다. '탈모'라는 단일요소가 심장혈관질환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탈모가 있는 사람은 탈모가 없는 사람보다 좀 더 심장 검사를 자주 받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5. 전립선 비대증
탈모가 있는 사람이 전립선도 평균 50% 가까이 더 컸고(29.65 vs 20.24ml) 소변 배출 속도는 30% 이상 느렸습니다(14,5 vs 22.45ml/s). 통계적으로 분석해보면 유전성 탈모와 전립선 비대증의 교차비는 5.14에 달했습니다.
6. 전립선암
전립선암 환자는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20세에 남성형 탈모가 있을 확률이 2배 정도입니다. 탈모 패턴은 전립선암과는 큰 상관이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는데 , 다른 리뷰 연구에 따르면 정수리에 증상이 있을 때 위험성이 더 높다는 이야기도 있는 만큼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특히 탈모와 대사증후군의 연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사증후군 때문에 탈모가 생기는지, 탈모 때문에 대사증후군이 생기는지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발생요인, 위험요소를 공유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사증후군을 치료하는 방법이 탈모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사증후군의 치료 및 예방법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체중관리, 특히 복부비만 관리를 해서 고혈압, 고지혈증, 고혈당 등의 증상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식사와 운동이 중요합니다. 열량 섭취를 줄이고, 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는 식사를 하는데 잘 알려진 채식, 소식을 하시면 됩니다.
운동은 근력운동도 물론 좋지만, 걷기, 조깅, 자전거, 수영, 줄넘기 등의 유산소 운동이 효과적입니다. 꾸준히 오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위에 정리드린 질환의 위험인자를 공유하거나 연관성이 있으므로 언급한 질환들의 치료가 모발 상태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건강한 식생활 습관과 적절한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시는 것이 탈모 치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결론
유전성 탈모가 있는 사람은 비탈모인보다 건강에 좀 더 신경 쓰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특히, 당뇨, 비만, 고지혈증, 심장, 전립선에 중점을 두고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P.S.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도 유전성 탈모가 있는 사람이 걸릴 경우 중등도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얼마 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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