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복용하는 약품 가운데 성 호르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것이 경구 피임약입니다. 많은 여성분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피임약을 쓰는데 혹시 이 약이 탈모를 일으키거나 악화시키지 않을지 걱정하시고는 합니다. 실제로는 경구피임약이 탈모를 일으킬 수도, 완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들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유통되는 경구피임약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 성분으로 돼있습니다. 이 중 어떤 종류의 프로게스틴이 사용되었느냐에 따라 네 가지 세대로 분류되는데 현재 1세대는 판매되지 않고 2,3세대 피임약은 일반의약품, 4세대 피임약은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입니다.
2세대 피임약은 대표적으로 레보노르게스트렐(Levonorgestrel) 성분이 사용된 피임약인데, 이 성분은 이후 세대의 프로게스틴에 비해서 안드로겐 효과가 강합니다. 때문에 여드름이나 다모증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유전성 탈모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에이리스, 미니보라 등의 상품이 2세대 피임약입니다.
3세대 피임약은 데소게스트렐(desogestrel), 노르게스티메이트(norgestimate) 등의 프로게스틴이 사용된 피임약입니다. 2세대 피임약의 단점인 안드로겐 관련 부작용이 감소하였지만 반대급부로 정맥혈전색전증의 위험성이 지적됩니다. 머시론 등의 상품이 대표적입니다.
마지막 4세대 피임약은 드로스피레논(drospirenone) 성분을 사용한 약품입니다. 드로스피레논은 소위 '조합약'에 자주 사용되는 성분인 스피로노락톤의 유사체로 항안드로겐 효과가 있습니다. 2세대 피임약의 단점이 잘 나타나지 않고 기전 상 유전성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야즈, 야스민 같은 상품명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처방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4세대 피임약을 사용하면 탈모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피임약이든 복용 초기에 호르몬 밸런스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급성 휴지기 탈모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복용을 중단할 때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비가역적인 유전성 탈모와는 달리 머리숱이 원상회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각 개인의 건강 상태나 체질에 따라 같은 약을 복용하더라도 반대 방향의 부작용을 겪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으니 어떤 피임약을 사용하든 탈모가 시작된 것 같다고 느껴진다면 최대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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