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스테리드, 그리고 두타스테리드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T)을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 DHT)으로 변환하는 5알파환원효소의 억제제(5-alpha reductase inhibitor, 5ARi)입니다. 5ARi를 복용했을 때 성 기능 장애를 겪는 이유로 많이 지적되는 기전은 DHT가 음경해면체의 구조를 유지하고 산화질소 합성효소의 기능을 촉진한다는 점입니다. 발기가 정상적으로 일어나려면 중추신경계와 말초조직의 유기적인 협동이 필요한데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모두 말초조직에서의 DHT 합성을 차단하기 때문에 발기부전 등의 성 기능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추론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추신경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두 약이 차이가 클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두타스테리드는 피나스테리드에 비해 분자량이 커서 뇌-혈관장벽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두타스테리드는 뇌척수액의 DHT 농도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런 생각이 의사들이 소위 말하는 브레인 포그 현상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중요한 근거 중 하나였습니다. 이 추론이 사실이라면 두타스테리드를 복용했을 때는 브레인포그가 발생하지 않아야하지만 실제로는 두타스테리드를 쓰고도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의사들의 이러한 추론에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게 하는 연구 자료가 있어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두타스테리드도 피나스테리드와 마찬가지로 뇌척수액의 T 및 DHT, 다른 표현으로 신경 스테로이드의 농도를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2020년 이태리에서 나온 연구입니다. 전립선암 때문에 전립선절제술을 앞둔 마흔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 전 6개월 간 절반(Group A)은 알파억제제만, 나머지 절반(Group B)은 알파억제제와 두타스테리드를 복용하게 하고 척수마취 중 얻은 뇌척수액에서 T와 DHT의 농도를 측정해서 비교했습니다. 아래의 자료가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결과를 담은 차트입니다.
두타스테리드를 복용한 군(Group B)가 알파억제제만 복용한 군(Group A)에 비해 뇌척수액의 총 T 농도와 DHT 농도가 훨씬 낮았다는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추론대로라면 뇌척수액에서의 T와 DHT 농도가 두 군 사이에 별 차이가 없어야하는데 실제로는 극명한 차이가 나타난 것입니다.
피나스테리드는 이미 신경 스테로이드의 농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어 있었으나 두타스테리드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것은 이 연구가 처음인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자들은 5ARi의 성 기능 부작용이 신경 스테로이드의 농도 감소로 중추신경계가 성 기능을 조율하는 능력이 저하돼서 발생할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신경 스테로이드는 성 기능 뿐만 아니라 인지 능력, 행동 장애 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추정되고 있는데,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브레인 포그 현상이 단순한 노시보 현상이 아니라 탈모약 때문에 발생한 부작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비슷한 실험군에서 피나스테리드가 끼치는 영향이 조사되지 않았고 연구가 굉장히 침습적이라 전립선암 환자라는 특별한 모집단에서만 실험이 진행된 점, 그래서 대상자 숫자가 너무 적다는 한계 때문에 이 연구 하나만으로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관련된 연구가 더 나오면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공유해드리겠습니다.
-뉴헤어 대머리블로그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