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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10) 탈모인을 위한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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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23-06-14 14:01 조회2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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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바울   감수: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탈모인을 위한 미래는 없다?

  요즘 유튜브는 스케치 코미디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분에서 10분 정도의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이 코미디는 짧은 시트콤 같아 보기가 편하죠. <너덜트>, <숏박스>, <킥서비스> 등의 채널들이 적게는 50만에서 많게는 200만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중 <킥서비스>라는 채널에서는 10년 후의 미래를 코믹하게 다룹니다. 2033년에는 새로 생긴 8만원권 지폐에 유재석씨의 얼굴이 새겨져있고, 배달비가 계속 올라 43만원이 되어있고, 지금은 한번 접을 수 있는 갤럭시 제트 플립이 갤럭시 제트제트 플립플립플립플립이 되어 손톱만한 사이즈로 접히기까지 하죠.   (사진 출처 – 유튜브 ‘킥서비스’)   지난 5월 24일, 이 채널에서는 2033년의 탈모를 다뤘습니다. 탈모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미용실에 쳐들어가 머리카락을 훔치는 내용인데, 그 안에 등장하는 미래의 모습 몇 가지는 이러합니다.  
  1. 모근 검사를 통해 탈모 진단을 받는다.
  2. 모슐랭 레스토랑에서 발모에 좋은 음식을 판다.
  3. 모바일 뱅킹이 아닌 모발 뱅킹이 있다.
  저는 작가이자 탈모인으로 이번 에피소드가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탈모를 유머의 소재로 삼았기 때문은 아닙니다. 저는 유머에 굉장히 관대해 모든 것이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니까요. 제가 안타까웠던 부분은... 탈모에 너무 무지했다는 겁니다. 여기에 나오는 의사는 모근 검사 직후 탈모 1기라고 진단하며, 6개월 시한부를 선고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저만해도 탈모 진단을 받은 지 10년째입니다. 하다못해 암 1기도 6개월 시한부를 받지 않습니다. 모슐랭 레스토랑에서 파는 음식은 고작 검은콩과 검은깨가 들어간 요리입니다. 그것이 탈모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그런 요리는 지금도 팔고 있습니다. 차라리 미래에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가 첨가된 식음료가 있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모발 뱅킹은 괴상하기도 합니다. 미리 건강한 모발을 채취하여 급속냉동 시킨 후 대머리가 되었을 때 꺼내쓴다고 하는데, 이건 현재의 모발이식보다도 퇴보된 개념입니다. 모발을 바로 옮기면 되는데, 왜 맡겨놨다가 시간을 두고 옮겨야 하나요? 게다가 일반적으로 보이기 위해 20만 모에서 30만 모를 모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게까지는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인의 평균적인 머리카락 숫자는 10만 모 정도니까요. 미용실에 쳐들어가 머리카락을 훔치는 상황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타인의 모발을 이식할 수 있다면 그리고 모낭과 상관없이 그냥 모발만으로 이식할 수 있다면, 탈모는 걱정거리도 안 됩니다. 윤동주 시인의 <병원>이라는 시에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렇듯 비탈모인도 탈모인의 병을 모를 수 있죠. 혹시나 앞으로 탈모 관련 작품을 만들 분들은 저한테 미리 물어보세요. 저는 머리카락은 없고, 시간은 많은 작가입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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