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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12) 민주주의는 대머리의 적인가?
작성일
2023-09-05
조회수
883
글: 황바울 감수: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2023년 6월,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에 있던 병사를 돌려 모스크바로 진군합니다. 쿠데타는 얼마 못 가 실패하였는데, 몇몇 사람들은 실패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았습니다. 바로 그가 대머리이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거죠.
(사진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Bald%E2%80%93hairy) 러시아는 200여 년 동안 대머리와 비대머리가 번갈아가며 국가원수를 해왔습니다. 그렇기에 대머리인 푸틴이 집권하고 있는데, 이어서 대머리인 프리고진이 집권할 수 없다는 거였죠. 사람들은 이 우연에 놀라워했지만, 더 놀라워해야 할 우연은 따로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아이젠하워(1953~1961) 대통령 이후 단 한명의 대머리도 대통령에 당선된 적이 없습니다. 무려 11명 연속으로요. 러시아와 미국의 탈모 비율이 유의미하게 다른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두 나라 모두 성인 남성 기준 약 40% 정도가 탈모니까요. 그저 우연히 11명 연속으로 비대머리가 당선될 확률은 0.6의 11제곱, 그러니까 0.36279706%에 불과합니다. 저는 이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민주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도 민주화 이후 대머리 대통령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자 대통령은 나왔지만요. 혹시 민주주의는 대머리의 적인 게 아닐까요? 챗GPT에게 한번 물어봤습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고 대표하는 체제로, 국가의 행정부와 입법부가 국민의 선택을 통해 형성되고 정책이 결정됩니다. 이와는 관련없이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다양한 인물이 대통령이나 정치적 리더로 등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외모나 특징과는 무관하게 역량과 정책이 정치적 성패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글쎄요? 저는 챗GPT의 말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외모나 특징과는 무관하다는데, 조지 오웰이 쓴 <동물농장>의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저는 이 문장을 이렇게 바꾸고 싶습니다. “민주주의는 대머리와 무관한 정치적 체제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무관하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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