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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머리카락을 나게 한다? 지방산이 모낭 줄기세포를 깨우는 원리
작성일
2026-08-18
조회수
9
요약
피부 아래 지방세포에서 나온 지방산이 모낭 줄기세포를 깨워 모발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상처나 염증이 생기면 대식세포가 지방세포의 지방 분해를 촉진합니다. 이 과정에서 증가한 단일불포화지방산은 모낭 줄기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바꾸고 휴면 상태의 모낭을 다시 증식 단계로 들어가게 했습니다. 상처 없이 지방산을 국소 적용한 실험에서도 모낭 줄기세포 활성화와 모발 성장 신호가 확인됐습니다. 다만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므로 사람에게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으며, 탈모 치료를 ‘무엇을 막을 것인가’에서 ‘어떻게 다시 깨울 것인가’로 확장한 연구로 볼 수 있습니다¹.
탈모를 진료하다 보면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합니다.
같은 유전적 조건인데 진행 속도가 다르거나, 치료 반응이 예상보다 좋거나, 특별한 변화 없이 어느 시점부터 모발이 다시 힘을 얻는 듯 보이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마다 탈모를 단순히 호르몬 문제로만 설명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만 국립대학교 린성잔 교수팀의 연구는 이런 의문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보여줍니다¹.
피부에 가벼운 손상이나 염증이 생긴 뒤 그 부위에서 유난히 털이 잘 자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임상에서도 반복적인 마찰이나 접촉성 피부염 이후 국소적으로 모발이 굵어지는 경우를 간혹 보게 됩니다.
연구팀은 쥐의 피부에 의도적으로 경미한 염증을 유도한 뒤 피부 속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모낭이 아니라 면역세포였습니다.
염증이 생기자 대식세포가 빠르게 피부 아래 지방층으로 이동했고, 지방세포의 지방 분해를 촉진했습니다¹.
| 단계 | 피부 아래에서 일어난 변화 |
| 1 | 경미한 염증이 생기자 대식세포가 지방층으로 이동 |
| 2 | 대식세포가 지방세포의 지방 분해를 촉진 |
| 3 | 저장된 중성지방은 줄고 단일불포화지방산은 증가 |
| 4 | 지방산이 모낭 줄기세포에 흡수돼 에너지 대사를 변화 |
| 5 | 모낭 줄기세포가 다시 증식 단계로 진입 |
증가한 단일불포화지방산은 단순히 소비되는 에너지가 아니라 모낭 줄기세포를 깨우는 신호로 작용했습니다.
지방산이 모낭 줄기세포 안으로 흡수되자 미토콘드리아 생성이 늘고 에너지 생산 효율이 높아졌으며, 쉬고 있던 모낭 줄기세포가 다시 증식 단계로 들어갔습니다¹.
실제 실험에서는 염증을 유도한 뒤 약 열흘 전후부터 새로운 털이 보이기 시작했고, 20일이 지나자 뚜렷한 모발 성장이 확인됐습니다.
이 반응이 반드시 상처나 염증을 통해서만 일어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단일불포화지방산을 상처 없이 국소적으로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피부 손상을 유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모낭 줄기세포의 활성화와 모발 성장 신호가 확인됐습니다¹.
염증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대사적 신호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지금까지의 치료는 주로 ‘탈모를 유발하는 신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반면 이 연구는 모낭이 다시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특히 불포화지방산을 국소적으로 바르는 것만으로도 유사한 효과가 관찰됐다는 점이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¹.
최근 줄기세포 연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줄기세포의 수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세포가 언제, 어떤 조건에서 깨어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².
모낭 줄기세포 역시 여전히 존재하지만 에너지를 쓰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상태일 수 있다는 해석은 임상에서 느끼는 현상과도 잘 맞아떨어집니다³.
이 결과를 곧바로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쥐와 사람의 모낭 주기는 다르고, 염증을 이용한 자극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잘 조절되지 않은 자극은 오히려 모낭에 부담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탈모를 ‘모낭이 이미 망가졌는가 아닌가’의 문제로만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A. 연구에서 확인된 핵심은 피부 아래 지방세포가 분해되며 증가한 단일불포화지방산이 모낭 줄기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바꾸고 활성화를 유도했다는 것입니다¹.
A. 염증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잘 조절되지 않은 자극은 모낭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연구에서는 염증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대사적 신호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¹.
A. 쥐와 사람의 모낭 주기가 다르므로 곧바로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연구는 피부 아래 지방조직이 단순한 저장 공간이 아니라 필요할 때 재생 신호를 보내는 조절자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¹.
이 메커니즘은 두피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방조직이 풍부한 다른 장기에서도 비슷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있어, 탈모 치료를 넘어 재생의학 전반에 큰 흐름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탈모 치료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한 과정입니다. 이제는 무엇을 막을 것인가뿐 아니라 어떻게 다시 깨울 것인가의 관점에서도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방산이라는 익숙한 물질이 모낭을 깨우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탈모 치료가 환경과 대사에 관련이 있다는 인사이트를 줍니다.
[글 작성자]
김진오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성형외과학교실 외래교수
미국모발이식자격의(ABHRS)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상임이사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KALDAT) 상임이사
대한의학레이저학회 상임이사
세계모발이식학회(ISHRS) 정회원
참고문헌
1. Tai, K.-Y., Chen, C.-L., Fan, S.M.-Y., Kuan, C.-H., Lin, C.-K., et al. (2025). Adipocyte lipolysis activates epithelial stem cells for hair regeneration through fatty acid metabolic signaling. Cell Metabolism, 37(11), 2202–2219.e8. cited:"Adipocyte lipolysis activates epithelial stem cells for hair regeneration through fatty acid metabolic signaling"
2. Jackson, B.T., et al. (2024). Metabolic regulation of the hallmarks of stem cell biology. Cell Stem Cell, 31(1), 1–15. cited:"Metabolic regulation of the hallmarks of stem cell biology"
3. Greco, V., et al. (2009). A two-step mechanism for stem cell activation during hair regeneration. Cell Stem Cell, 4(2), 155–169. cited:"A two-step mechanism for stem cell activation during hair regene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