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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32) 빼앗긴 머리카락에도 봄은 오는가
작성일
2025-04-16
조회수
241
빼앗긴 머리카락에도 봄은 오는가
글 : 황바울 ㅣ 감수 : 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2023년에 저는 ‘대머리가 매력인 시대가 올 수 있을까?’라는 글을 이곳에 올렸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름다움의 기준이 실시간으로 바뀌고 있었거든요.
진화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우리는 병이 없거나 병의 흔적이 없는 파트너를 선호합니다.
원래 마스크는 병을 떠올리게 해서 부정적으로 보였는데, 코로나를 겪으며 인식이 바뀝니다.
마스크는 질병이 아니라 예방을 떠올리게 했으니까요. 오히려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보이게 된 거에요.
저는 대머리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황당무계한 방법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모로나’라는 질병이 창궐하는데 특이하게도 그 병은 머리카락으로 전염이 되는 겁니다. 마스크가 아닌 삭발로 질병을 예방해야 하는 세상이 오면 대머리도 매력이 될 수 있겠죠.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행히도 그런 전염병은 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대머리는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조금의 변화도 없는 건 아닙니다. 대머리 모자(bald cap)를 일부러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나타났으니까요.
빌보드 선정 21세기 최고의 아티스트 82위에 뽑히기도 한 미국의 가수 핏불(Pitbull)은 특유의 패션으로 유명합니다.
후끈한 열기의 공연장에서도 정장을 입고, 에비에이터 선글라스를 쓰죠.
축구를 보러 가는 관객이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는 것처럼 공연장에 방문하는 관객들도 핏불의 스타일을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장을 입고, 에비에이터 선글라스를 쓰고, 거기에 대머리 모자까지 추가됩니다. 핏불은 대머리거든요.
(사진 출처 – pitbull 인스타그램)
understood the assignment(과제를 이해했다)라는 밈의 힘도 더해졌습니다.
핏불 분장을 하고는 SNS에 저 문구와 함께 사진을 인증하는 겁니다. 왜 저런 밈이 유행하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밈은 원래 설명으로 이해되는 게 아니에요. 칠 가이도 그렇잖아요?
어쨌든 이런 유행 덕분에 핏불의 공연장에는 수많은 대머리들이 모이게 됐습니다. 핏불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당신이 대머리 모자를 쓸 때마다 나와 같은 기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는 매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머리 모자를 향한 대중들의 반응도 긍정적입니다.
“대머리 모자를 쓰면 해방감이 든다”, “다음 달에 핏불 콘서트에 가는데, 이제 정장과 선글라스만 구입하면 된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저는 이런 현상이 오래가기를, 핏불이 내한공연이라도 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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