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탈모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대머리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도 대머리입니다. 저는 미혼이고, 아버지는 현재 잘 살고 계십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결혼도 두 번 하셨지만, 탈모와는 무관했습니다. 제 주변에 대머리는 많지만, 대머리라는 이유로 이혼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 주변이 전부는 아니죠. 법을 살펴볼까요?

민법 제840조에 따르면 아래의 여섯 가지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탈모는 부정한 행위가 아닙니다. 부정하고 싶기는 하겠지만요. 배우자를 유기한 것도 아니죠. 머리카락을 유기했다고는 볼 수 있겠지만요.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것도 아닙니다. 탈모 당사자가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는 몰라도요.

생사도 분명합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것처럼 느껴지더라도요. 6번이 살짝 걸리기는 합니다.

알코올 중독, 이유 없는 성관계 거부, 지나친 낭비, 도박, 실형 선고 등 다양한 사유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탈모 같은 외모의 변화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노화 역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겠죠.

지금까지의 얘기는 결혼 이후에 탈모가 발생한 경우입니다. 만약 결혼 이전에 탈모가 있었는데 말하지 않았다면 다를까요?

1992년 대한민국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28세, 여성 24.9세였습니다. 그런데 2022년 대한민국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7세, 여성 31.3세로 대폭 상승했습니다.

다른 변수가 없다면 탈모 문제를 안고 결혼하는 비율 역시 늘어났을 테니 더 진지하게 살펴볼 때네요.

민법 제816조에 따르면 아래의 세 가지 사유로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1. 혼인이 제807조 내지 제809조(제815조의 규정에 의하여 혼인의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이하 제817조 및 제820조에서 같다) 또는 제810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

2.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 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때

3.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

제807조는 나이가 18세 미만일 때, 제809조는 근친일 때, 제810조는 이미 배우자가 있을 때입니다. 탈모와는 상관없죠.

탈모가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 사유인지, 탈모를 밝히지 않은 게 사기인지를 살펴봐야겠네요.

범죄 경력, 사실혼, 출산 등은 결혼 전에 고지를 해야 합니다. 예외의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성폭행을 당해 출산했던 사실을 숨긴 경우는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인 부분에 해당하며,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가 아니라고 했으니까요.

탈모는 알려야 할 의무가 아닙니다. 가발을 쓰고 다니는 것이 기망이라면, 성형수술도 기망이겠죠. 성형수술 역시 알려야 할 의무가 아닙니다. 혼인 취소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저는 법률전문가가 아니고, 법 규정 해석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법률적 책임도 없으니 그저 참고하시기만 바랍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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