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21) 안 나는 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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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뉴헤어 작성일24-05-10 12:52 조회405회 댓글0건본문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21) 안 나는 솔로
글: 황바울 감수: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대한민국의 혼인과 출산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이상하게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은 전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는 범람하는 프로그램들을 보며 아래와 같은 시조를 짓기도 했습니다.
각자의 본능대로 나대지마 심장아
솔로지옥 돌싱글즈 비밀남녀 환승연애
썸바디 체인리액션 메리퀴어 남의연애
분신도 분실도 없이 벌목도 발목도 없이
아무것도 안 했는데 병에 걸려 버렸다고
애인은 TV를 보다 오래도록 기침했다
철썩철썩 따귀라도 맞고 싶은 밤이 있다
쉽고도 나쁜 자해 누가 썼던 녹슨 톱
사랑을 이야기해야 끝이 나는 퀴즈쇼
제목은 <리얼 연애 버라이어티는 리얼 연애보다 버라이어티>였습니다. 첫수는 전부 다 요즘 나온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의 제목들입니다.
사랑인지 우정인지 선택하는 <각자의 본능대로>, 남사친과 여사친이 나오는 <나대지마 심장아>, 무인도에 남녀를 가둬놓는 <솔로지옥>, 돌싱들의 연애와 동거를 다루는 <돌싱글즈>, 비밀을 가진 남녀들의 <비밀남녀>, 이별한 커플들을 모아놓은 <환승연애>, 댄스파트너이자 진정한 사랑을 찾는 <썸바디>, 남녀의 몸에 체인을 묶어 서로 붙어있게 하는 <체인리액션>, 성 소수자가 나오는 <메리퀴어>와 <남의연애> 등등 컨셉도 다양합니다.
시조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나는 솔로>도 있습니다. 진짜 일반인(몇몇 프로그램에는 연애가 아니라 연예인이 목적인 출연자가 너무 많이 나옵니다)이 나오는 것 같고, 종종 결혼 소식도 전해져서 더 현실성이 느껴지죠.
최근 나온 19기에서도 상철과 옥순이 커플이 되어 내년 여름쯤 결혼하고 싶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19기 상철은 이상한 논란에 휩싸입니다. 가발논란이었죠. 논란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합니다.
가발을 만들어서 파는데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발견됐다면 그건 논란이 됐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 논란은 그냥 가발을 썼느냐 안 썼느냐에 대한 의문이었거든요.
가발을 썼다는 측에서는 어색한 헤어스타일, 촬영 후 시간이 지났음에도 변화하지 않는 헤어스타일 등을 지적했습니다.
가발을 쓰지 않았다는 측에서는 헤어스타일이 어색하지 않으며, 합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발 사용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논란 아닌 논란에는 해명 아닌 해명이 이어져야 했습니다. 상철은 자신이 탈모를 앓고 있다고 고백하면서도, 가발은 쓰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커플이 된 옥순에게도 자신의 상태에 대해 털어놓았다고 했죠.
“만약 어떤 사람이 총알 70만 발을 맞고 죽었다면, 그것 중 어떤 것이 그를 죽였는지 알기 힘들다.”
아르헨티나 출신 경제학자 라파엘 디 텔라가 아르헨티나의 경제 몰락을 두고 한 말입니다.
대한민국의 혼인과 출산이 저하된 것 역시 단순히 한가지 이유 때문이 아니겠죠. 하지만 그중 하나가 지나친 오지랖임은 분명합니다.
머리카락이 ‘나는 솔로’면 어떻고, 머리카락이 ‘안 나는 솔로’면 어떻습니까? 더 나아가 ‘낳는 솔로’면 또 어떻습니까? 눈치 보지 않는 세상이, 눈치 주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합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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