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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동 친수공원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암컷 흑상어, 일명 ‘부캉이’입니다.
지난달 18일부터 지금까지 친수공원을 찾은 관광객은 백만 명이 훌쩍 넘습니다.
부산시에서는 부캉이를 부산시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했습니다. 부캉이의 동의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사실 상어가 아주 보기 힘든 동물은 아닙니다. 아쿠아리움에 가면 더 쾌적하고 안전하게, 심지어는 더 가까이에서 상어를 볼 수 있죠.
부산의 한 아쿠아리움에서는 다음과 같은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저곳에서는 상어 먹이를 주는 쇼도 펼쳐집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발길은 아쿠아리움이 아니라 북항이었습니다. 이제는 바닷바람이 쌀쌀해졌는데도요.
이유는 명쾌했습니다. “자연산과 양식은 다르다”, “소개팅보다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같은 반응이었죠.
재미있는 점은 이 ‘자연산과 양식’의 논리가 다르게 적용되는 곳도 있다는 것입니다. 다이아몬드 시장이 그렇습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천연 다이아몬드 업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A Diamond Is Forever)”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유명한 드비어스가 매각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죠.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가짜 다이아몬드가 아닙니다. 화학적, 물리적, 광학적 성질이 같은 진짜 다이아몬드입니다.
굳이 자연산 다이아몬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시장 전반에 퍼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머리카락에 자연산과 양식의 개념을 대입해보면 어떨까요? 우선 어디까지를 자연산으로 보고, 어디서부터 양식으로 봐야 할지 분류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1. 순정 모발 : 어떤 의학적 개입 없이 타고난 머리카락. 이건 자연산이겠네요.
2. 탈모약 복용 : 여기서부터 애매해집니다. 의학적 개입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빠져버렸을 머리카락입니다. 또한, 복용을 중단하면 빠져버릴 것이고요.
3. 모발이식 : 이것도 애매합니다. 수술했지만, 그 모발은 본인의 모발입니다. 탈모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이식된 모발은 잘 빠지지 않습니다.
4. 두피 문신 : 자연산 머리카락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양식 머리카락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두피 문신은 애초에 머리카락이라고 할 수도 없으니까요.
5. 가발 : 내 머리카락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진짜 머리카락일 수 있습니다. 인조모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요.
자연산과 양식의 분류를 깔끔하게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양식보다는 자연산에 더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이아몬드만 해도 여전히 천연 다이아몬드가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보다 더 비싸게 팔리고 있고요.
세월이 흐르면서 유전적 요인에 의해 모낭이 약해지며 머리카락이 ‘자연스레’ 빠지는 현상은 어떨까요? 탈모는 자연산입니다.
탈모약 복용, 모발이식, 가발 등은 넓은 의미에서 양식인 셈이고요.
자연산과 양식의 우열을 가리는 건 의미 없다고 봅니다. 애초에 가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그저 각자가 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인 거죠. 북항에서 부캉이를 보거나 아쿠아리움에서 상어를 보거나, 천연 다이아몬드를 사거나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사거나.
각자가 더 가치를 두고 있는 곳이 다를 테니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머리카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탈모를 그냥 수용하거나, 탈모약이나 모발이식이나 가발 등을 사용해서 풍성함을 유지하거나 모두 다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는 선택의 영역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에 쉽게 참견합니다. 자기 말이 정답인 것처럼 강요하기도 하죠. 조언이 아니라 오지랖일 수 있습니다.
걱정을 덜어주기 위한 말이 오히려 걱정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몸을 어떻게 할지는 당사자가 결정할 일입니다. 남의 머리카락에까지 자기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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