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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48) 탈모약이 아니지만 탈모약

작성일

2026-08-26

조회수

7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48) 탈모약이 아니지만 탈모약

 

 

글 : 황바울  ㅣ  감수 : 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비만 치료제들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다이어트를 하려면 식욕과 싸워야 했었는데, 이제는 식욕이 사라지고 포만감이 오래 유지 됩니다.

기적의 치료제라고도 불리지만, 만만치 않은 진입장벽이 존재합니다. 높은 비용만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매주 자신의 몸에 직접 바늘을 찔러넣어야 합니다.

구토, 설사 같은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요. 그런데 이런 진입장벽을 단번에 없애 버릴 치료제가 등장했습니다.

아니, 치료제라고는 할 수 없겠네요. 약물도 없고, 주삿바늘도 없거든요.
 

바로 <마음자로>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시겠지만, 유명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의 패러디죠. 실제 의약품이 아니라 닥터나우에서 선보인 스마트폰 앱 서비스입니다.

 

(사진 출처 – 닥터나우 캡처)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투여하고 싶은 용량을 선택하고, 스마트폰을 주사기라고 생각해서 배에 갖다 댑니다.

그러면 화면 속 주사기의 약물이 천천히 줄어듭니다. 투약 과정을 전부 마치면 이런 화면이 떠오릅니다.

 

 

 

(사진 출처 – 닥터나우 캡처)

 

실제 약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이 황당한 서비스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 가상의 주사를 맞고 정말 효과를 봤다는 후기가 들려왔다는 겁니다.

구라시보가 정말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구라시보는 플라시보의 패러디입니다. 플라시보는 약효가 없는 치료를 실제 치료라고 믿거나 기대할 때 나타나는 효과를 말합니다.

그런데 구라시보는 실제 치료라고 믿는 사람이 없습니다. 가짜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공개했으니까요.

의학계에서는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이미 존재합니다. “오픈라벨 플라시보”입니다.


하버드 의대 테드 캡척 교수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아무 성분도 없는 가짜 약”이라고 솔직히 알린 뒤 약을 주었음에도, 아무것도 투여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현저한 증상 완화 효과가 나타났죠.

어쨌거나 치료라는 의식을 치른 셈이니까요. 마음이 이렇게나 중요한 겁니다.


마음이 몸에 미치는 영향은 언제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플라시보의 반대편에는 노시보가 있습니다.

약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이나 부작용에 대한 과도한 공포가, 아무 해가 없는 성분에서도 부작용을 일으키게 만들죠.


저는 오랫동안 탈모약을 복용해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크지 않았지만, 많은 탈모인은 약에 대한 거부감이 큽니다.

특히나 남성분들이 그러죠. 발기부전, 성욕감퇴 등 남성의 성 기능에 관한 이야기가 많으니까요. 공포가 크면 클수록 부작용은 잘 일어납니다.


부작용 때문에 탈모약 복용을 망설이는 분들은 오픈라벨 플라시보를 경험해보면 어떨까요?


 “이 약은 탈모약이 아니지만, 탈모약이다.”


중얼거리면서 영양제를 한 알 먹는 거죠. 먹을 때마다 두피 마사지를 조금씩 해줘도 좋겠고요. 이런 행위에 부작용은 없을 겁니다.

탈모의 원인 중 하나인 스트레스가 조금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탈모약에 대한 불안을 털어내어 나중에는 진짜 치료제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고요.


어쩌면 마음자로는 탈모에도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비만 치료제 복용의 부작용으로 탈모를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꼭 비만 치료제가 아니더라도 짧은 기간에 감량을 많이 하면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탈모가 자연스레 찾아옵니다.

살만 빠지는 게 아니라 머리카락까지 빠지는 거죠. 그런데 마음자로는 아무리 열심히 투여해도 급격한 체중 감량이 없습니다. 머리카락도 지킬 수 있겠습니다.


치료는 약물만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그 약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과 함께 작용하죠.

마운자로를 위트 있게 뒤집은 마음자로처럼, 탈모약 앞에서 고민하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마음의 긴장을 풀어줄 유쾌함일지도 모릅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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