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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36) 탈모 치료제 논란, 사람들이 덤덤한 진짜 이유
작성일
2025-08-29
조회수
267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36) 탈모 치료제 논란, 사람들이 덤덤한 진짜 이유
글 : 황바울 ㅣ 감수 : 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지난 5월, 유럽의약품청은 탈모 치료제가 ‘자살 충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유럽의약품청 산하 의약품감시위험평가위원회에서 자살 충동 사례 325건을 확인했다면서요.
313건은 피나스테리드와 관련, 13건은 두타스테리드와 관련됐습니다.
덧셈이 안 맞는 이유는 두 가지 약물 모두와 관련된 경우가 1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두 약품은 한국에서도 흔히 쓰이는 탈모 치료제입니다. 저 역시 현재 복용 중이고요. 네, 저 약들은 지금도 판매 중입니다.
유럽의약품청에서도 탈모 치료제가 주는 이점이 위험성보다 크다고 결론을 내렸고요.
저는 매달 한편씩 탈모와 관련된 글을 씁니다.
그런데도 3개월 동안 저 소식을 다루지 않은 것은, 사람들이 탈모 치료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볼까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저는 의사도 아니고, 약사도 아닙니다. 굳이 따진다면 환자에 가깝겠네요.
사람들이 치료받는다고 이득을 보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안타깝죠.
너무 늦지 않게 치료받기를 원하는데, 탈모 치료제는 이미 부작용으로 인한 거부감이 꽤나 강합니다.
그래서 반응을 살폈는데, 유럽의약품청의 발표 내용을 아는 사람들도 너무 덤덤하더라고요.
원래의 저는 덤덤하지 않을까봐 걱정했었지만, 또 너무 덤덤하니까 이상했습니다. 그 이유를 나름대로 추측해봤습니다.
첫째, 이미 부작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탈모 치료제가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 계열)의 주의사항에는 “기분변형과 우울증”이 적혀있으며,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 계열)의 주의사항에는 “매우 드물게 우울한 기분”이 적혀있습니다.
둘째, 부작용 확률이 낮다. ‘탈모 치료제가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가 있기 전부터, 탈모 치료제가 있었습니다.
피나스테리드는 약 2억7000만 환자년(patient years, 1 환자년은 1명의 환자가 1년 동안 한 약물을 사용했음을 의미하는 개념입니다. 그러니까 한국 전체 인구가 5년 넘게 쓴 셈입니다.),
두타스테리드는 약 8,200만 환자년으로 추산됩니다. 이렇게 널리 쓰였다는 건, 심각한 부작용이 드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유럽의약품청에서도 “전체 사용자 대비 발생 비율은 낮다”고 밝혔습니다.
셋째, 자살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 사망률 1위입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1위입니다.
그런데도 자살을 큰 문제로 여기지 않고, 때로는 농담 소재로 소비하기도 합니다. “자살하면 그만이야”라는 밈이 있을 정도죠.
이런 것들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겠지만, 조금 더 깊게 반응을 살펴보니 다른 이유가 더 커 보였습니다.
자살을 큰 문제로 여기지 않아서가 아니라, 탈모를 너무나 큰 문제로 여겨서 그런 것 같았죠.
“자살 충동은 거울을 본 탈모 환자의 정상적인 반응이다”, “탈모는 원래 자살 충동과 함께 온다” 등의 반응을 보였거든요.
탈모나 자살 충동이나 제가 드릴 조언은 같습니다.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보세요. 도움을 청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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