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25) 카이로스와 헤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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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뉴헤어 작성일24-09-23 14:23 조회195회 댓글0건본문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25) 카이로스와 헤어로스
글: 황바울 감수: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이탈리아의 화가 프란체스코 살비아티가 그린 카이로스입니다.
그리스로마신화에는 시간의 신이 둘 있습니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입니다. 이 둘은 살짝 다릅니다.
크로노스는 흘러가는 시간의 신입니다. 연대기를 뜻하는 크로니클이 여기에서 나왔죠. 카이로스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올바른 순간이나 중요한 순간의 신입니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선으로, 카이로스의 시간은 점으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카이로스는 크로노스지만, 모든 크로노스가 카이로스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한번 카이로스의 그림을 보겠습니다. 뭐가 제일 먼저 보이나요?
벗겨진 머리라고 대답을 했다면, 서둘러 병원에 가보세요. 보통의 사람들이 날개 달린 대머리를 마주하면, 당연히 날개를 먼저 보거든요
등에는 커다란 날개가, 발뒤꿈치에는 자그마한 날개가 달려있습니다.
그림에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손에는 저울과 칼을 들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머리를 살펴보면 앞머리는 풍성하고, 뒷머리는 대머리입니다.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올바른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겁니다. 그 순간은 날개라도 달린 것처럼 빨리 사라집니다.
저울을 가지고 정확히 판단해서, 칼같이 결단을 딱 내려야 하죠. 그런데 그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기회는 앞머리가 무성해서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거든요.
대신 제때 손을 뻗으면 그 앞머리 때문에 쉽게 붙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지나가고 나면 붙잡을 수 없어요. 손을 뻗어도 뒷머리가 없어서 잡히지 않으니까요.
카이로스가 주는 기회는 냉정합니다. 그에 비해 헤어로스, 그러니까 탈모가 주는 기회는 따뜻한 편입니다.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거든요.
카이로스가 앞머리로 얼굴을 가려 정체를 숨기는 것과 달리, 탈모는 일단 앞머리부터 까고 시작합니다.
정체를 드러내고도 날개가 달린 것처럼 빠르게 진행되지 않아요. 뚜벅뚜벅 걸어가듯이 진행되죠.
저울을 주며 정확히 판단해보라고는 하지만, 칼 대신에 포크를 내밀 겁니다.
칼같이 결단을 딱 내릴 필요 없이, 찍먹을 해보며 다양한 치료를 경험할 여유를 주는 거에요. 게다가 조금 지나쳐도 붙잡을 수 있습니다.
카이로스에게는 뒷머리가 없지만, 탈모인들에는 뒷머리가 있으니까요. 뒷머리로 모발이식을 할 수 있죠.
때로는 아예 미래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즐거운 추석 되셨나요? 친척 어르신들도 많이 만나셨고요? 그분들이 보여주신 게 미래입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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