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0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46)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우선순위부터 따져보자
작성일
2026-06-26
조회수
4
글 : 황바울 ㅣ 감수 : 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시조를 쓸 때면 매번 가위질을 합니다. 일정한 형식이 정해져 있는 정형시다 보니 글자 수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 말을 해버리면, 뒤에서 저 말을 못 하게 되죠. 저는 일단 머릿속의 문장들을 쭉 써 내려간 뒤에 우선순위를 따져가며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는 합니다.
최근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이슈를 지켜보면서도 우선순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7월 1일부터 ‘중증 원형 탈모증’ 치료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됩니다. 원형탈모는 일종의 질병입니다.
면역계가 자기 모낭을 스스로 공격해서 발생하니까요. 질병성 탈모에 지원을 해주는 건 타당하다고 봅니다.
논란이 되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유전과 노화로 생기는 탈모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행정안전부는 국민 토론 프로그램의 첫 주제로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선정하고, 7월 4일에 토론회를 열겠다고 했습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20~34세 청년층에 대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네요.
왜 하필 20~34세일까요? 만약 경제적 취약 계층을 돕는 취지라면,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삼았을 겁니다.
탈모가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면 탈모 정도를 기준으로 살았을 거고요.
굳이 나이로 선을 긋는 이유는, 취업이나 연애 등의 사회생활에 외모가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건 외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탈모가 외모에 끼치는 치명적인 영향력을 부정하지는 못합니다.
여성들이 싫어하는 남자 외모 조사에서도 늘 1순위로 꼽히는 게 탈모니까요. 하지만 탈모만 미움받는 것은 아닙니다.
비만인 사람도, 키가 작은 사람도, 그냥 못생긴 사람도 불이익을 받아요.
요즘은 이 모든 것들을 의학의 힘으로 어느 정도 교정할 수 있습니다. 비만치료제, 사지 연장술, 다른 성형 수술들이 있으니까요.
외모로 인한 사회적 불이익을 구제해줘야 한다면, 도대체 어디까지 해줘야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재정이 넉넉하다면 이 모든 것을 다 해줘도 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건강보험 재정은 그리 여유롭지 않습니다. 우선순위를 생각해서 덜어낼 것은 덜어내야 합니다.
건강보험이니 건강에 더 집중해본다면, 차라리 비만치료제를 지원해주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요?
비만은 단순히 ‘보기 싫은 몸매’의 문제를 넘어섭니다. 당뇨나 고혈압 등 수많은 질병을 유발합니다.
탄탄한 몸매의 탈모인보다 풍성한 머리의 비만인이 의학적으로 더 위험하잖아요?
지원을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도, 지원을 하려는 사람들의 마음도 모르는 건 아닙니다.
풍성한 모발이 주는 자신감의 가치 역시 깎아내릴 생각이 없습니다. 저도 탈모 치료를 받는 당사자니까요.
하지만 정책은 선명하고 타당한 기준이 먼저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체계가 무너집니다.
지금까지 35세 비만인의 넋두리였습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더 보기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45) 손흥민의 머리보다 발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