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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37) 케이팝 대머리 헌터스
작성일
2025-10-01
조회수
204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37) 케이팝 대머리 헌터스
글 : 황바울 ㅣ 감수 : 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를 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넷플릭스 63개국 1위, 넷플릭스 역사상 최초 3억 조회 수 돌파, 넷플릭스 영화 부문 역사상 최초 5억 시청시간 돌파 등 각종 기록을 세웠습니다.
OST인
파급효과도 큽니다.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고 하고, 서울관광재단은 영화 속 명소를 엮은 ‘서울 트립 헌터스 스탬프투어’를 운영 중입니다.
이밖에도 영화에 등장했던 김밥, 라면, 한의학, 목욕탕 등이 관심을 끌고 있죠.
저는 특히나 영화 속 아이돌 그룹 ‘사자보이즈’가 쓰고 나온 갓의 인기에 주목했습니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에 있는 김대건 신부 성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흉물스럽다며 6년 전에 철거된 ‘흥겨운 우리 가락’이란 조형물은 재설치 논의가 나오고 있고요.
갓의 인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탈모를 감추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기존에는 매력으로 느껴지지 않던 것이 새롭게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머리도 매력이 될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이미 이곳에 두 번이나 그런 세상이 될 방법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모로나’라는 상상의 병이었습니다.
원래 마스크는 질병을 떠올리게 해서 부정적으로 보였는데, 코로나를 겪으면서 인식이 바뀝니다. 질병이 아니라 예방을 떠올리게 됐으니까요.
그런 것처럼 머리카락으로 전염되는 ‘모로나’라는 병이 나온다면 대머리도 매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번째는, 가수 핏불의 밈입니다. 대머리인 핏불의 콘서트장에 가면서 대머리 분장을 하는 게 유행했거든요.
이 두 가지 모두 제가 할 수는 없는 것이었고, 우연에 기댄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대머리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까요? 저는 작가입니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고, 콘텐츠에는 힘이 있습니다. ‘케대헌’을 제가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아니라 <케이팝 대머리 헌터스> 말입니다.
스토리도 바로 나옵니다. 저주받은 대머리를 처치하는 헌터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도 대머리고, 가발을 써서 대머리를 숨기며 살아갑니다.
나중에는 진실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그 상처까지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는 겁니다. OST인 Golden을 그대로 가져다 써도 됩니다.
I'm done hidin', now I'm shinin', like I'm born to be.”
핵심 가사인데, 한국어로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숨는 건 끝이야, 난 이제 빛나고 있어, 그러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가발을 벗어 던지고 외치기에도 아주 적절한 가사입니다.
언젠가는 탈모의 인식을 바꾸는 콘텐츠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만약 나오지 않는다면, 제가 만들겠습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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