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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38) 대머리만 입장 가능
작성일
2025-10-27
조회수
173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38) 대머리만 입장 가능
글 : 황바울 ㅣ 감수 : 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지난 4월, 대머리 분장이 유행이라는 이야기를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가수 핏불의 콘서트장에서 핏불의 스타일을 따라 하는 게 유행이었죠.
정장 차림에 에비에이터 선글라스, 그리고 대머리가 핏불의 상징이었습니다. 관객들은 볼드캡을 쓰고 잠시 핏불이 되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능가하는 일이 벌어졌네요. 10월 20일에 열린, 영화 <부고니아>의 무료시사회에는 “대머리만 입장 가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이 걸렸거든요.
대머리가 아닌 사람을 위한 배려도 있었습니다. 상영관 앞에 간이 미용실을 마련해서 원하는 사람은 무료로 삭발을 할 수 있게 해줬으니까요.
<부고니아>는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신하균과 백윤식이 주연을 맡은, 장준환 감독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가 원작입니다. <부고니아>의 이벤트가 아주 뜬금없지는 않습니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대머리인 것은 물론이고, 주연 배우인 엠마 스톤은 삭발을 하고 출연하니까요.
저는 이 이벤트가 흥미로웠지만, 성공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핏불의 콘서트장에서는 볼드캡을 쓴 분장이었지만, 여기에서는 실제 삭발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의외였습니다. 이벤트는 성공했거든요. “영화가 공짜인데, 이발도 공짜라니?”라며 기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머리 긴 여성 관객이 웃으며 삭발하는 장면은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기자는 엠마 스톤에게 삭발하는 게 쉬웠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면도날로 밀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어떤 헤어스타일보다 소화하기 쉬웠죠.”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가볍게 던진 농담이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 말이었습니다.
의도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저는 부고니아의 무료 상영회가 탈모 인식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얼마 전, 한국의 한 잡지사에서 진행했던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기억에 남을 화려한 밤을 선사”하겠다며 초대장을 돌리고, 행사장에서는 “지금 소개받고 싶어 니 가슴에 달려있는 자매”라고 노래를 부르며 술을 마셨습니다.
유방암에 대한 메시지는 거의 없고, 협찬사의 제품을 보여주느라 바빴죠.
엠마 스톤의 어머니도 한동안 대머리였다고 합니다. 유방암 치료를 받았거든요.
엠마 스톤은 영화를 위해 머리를 자르기로 한 자신의 결정과 어머니의 경험은 엄연히 다르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어머니는 실제로 용감한 일을 했고, 자신은 그저 머리를 밀었을 뿐이라면서요. 때로는 인식 향상에 대한 인식이 향상될 필요도 있겠습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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