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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39) 대머리 슈퍼맨
작성일
2025-11-24
조회수
38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39) 대머리 슈퍼맨
글 : 황바울 ㅣ 감수 : 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저는 슈퍼맨을 좋아합니다. 슈퍼맨은 다른 히어로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매력이 있죠. 바지 위에 팬티를 입는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아이언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을 떠올려보면 모두 태어날 때부터 강한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우연이거나 스스로 만들어냈거나 후천적으로 얻은 능력으로 영웅이 되었고, 자신의 본래 정체를 숨긴 채 영웅으로 활동합니다.
아이언맨은 예외 같지만, 사실 아이언맨도 1편 마지막에서야 자신의 정체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슈퍼맨은 반대입니다. 본래의 정체를 숨기고 ‘클라크 켄트’라는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영웅으로 활동할 때가 오히려 본모습에 더 가깝죠. 저는 이 지점이 참 흥미롭습니다. 신분을 감추고 비밀스레 한다는 일이 안경 쓰고, 정장 입고, 출근하는 거니까요.
슈퍼맨의 능력은 모두 다 아시다시피 대단합니다. 비행을 할 수 있고, 슈퍼 아우라가 있고, 히트 비전이 있습니다.
슈퍼 아우라는 몸 주변을 감싸는 보호막으로, 총알도 튕겨 나가게 만듭니다. 히트 비전은 눈에서 나오는 광선으로, 철도 녹일 수 있을 만큼 높은 열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렇게나 초월적인 존재인 슈퍼맨의 머리카락은 어떨까요? 예전부터 팬들은 슈퍼맨이 어떻게 이발을 하는지 궁금해했습니다.
슈퍼맨의 머리카락에도 슈퍼 아우라가 작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칼이나 가위로는 머리카락 한 올도 자를 수 없거든요.
만화에서는 슈퍼맨이 셀프로 이발을 했습니다. 슈퍼맨에게는 슈퍼 아우라만 있는 게 아니라 히트 비전도 있으니까요.
그 히트 비전의 강도를 조절하고, 또 거울로 각도를 조절합니다. 쉽지 않은 일 같지만, 슈퍼맨이라면 못 할 것도 없어 보입니다.
그런 강력한 머리카락이라고 해도, 머리카락은 머리카락입니다. 바람이 불면 움직여야죠.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슈퍼맨에게는 비행 능력이 있습니다. 비행 속도는 아직 말씀 안 드렸네요. 빛보다도 더 빠릅니다.
그런데도 지금껏 영화 속 슈퍼맨은 비행할 때도 머리카락이 거의 휘날리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캐릭터 설정 때문이 아니라 촬영장의 현실적인 제약 때문입니다. 당연하게도 비행 장면에서 실제로 배우를 날리지 않습니다.
와이어로 배우의 몸을 공중에 띄우고는, 컴퓨터 그래픽(이하 CG)을 통해 배경을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배우 앞에 선풍기라도 틀면 되지 않나 싶을 수 있지만, 문제는 눈입니다.
머리카락이 휘날릴 만큼 강한 바람을 배우 얼굴에 쏘면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슈퍼맨은 총알보다 강한 눈알을 가지고 있지만, 배우는 사실 그냥 인간이니까요.
2025년에 개봉한 <슈퍼맨>의 제작진은 비행하는 슈퍼맨의 머리카락을 휘날리기로 결정했습니다.
기본의 방식대로 촬영하고 머리카락을 CG로 할지, 선풍기를 틀고 눈을 CG로 할지 선택해야 했죠.
감독의 선택은 머리카락이었습니다. 배우의 머리 위에 특수 가발을 씌우고, 나중에 CG로 머리카락을 입히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그 덕에 촬영장에서는 우스운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죠.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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